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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아텍
  내촌창고전시 메종기사
  http://triangleproject2008.com

홍천에 위치한 아트 플레이스 내촌창고에서 세 번의 전시가 열렸다. 평온하게 펼쳐진 1940~50년대의 마을 풍경과 독립적인 문화 콘텐츠가 만들어낸 내촌창고에서의 특별한 전시 풍경.
1 벽면에 붙은 전시 포스터.
2 내촌창고 바닥에 놓인 이 수많은 돌은 조각가 김창세의 작품 ‘영혼의 노래’다.
3 의식적으로 행한 내촌창고의 지붕 허물기를 바라보고 있는 관중들.
4 마을 어귀에 크게 자리 잡은 전시 푯말.

‘내린천 쪽 도로 451번, 국도 44번 철정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15분여’. 그렇게 서너 번을 다녀온 내촌. 처음엔 목수 이정섭을 알게 된 인연으로 내촌목공소에서의 촬영 협조를 위해 들렀고, 두 번째는 그곳에서 만난 작가 이진경의 라이프스타일 취재를 위해서였다. 그리고 세 번째는 송구스럽게도 작년 크리스마스 특집 촬영을 위해 장소를 잠시 빌려 쓰고자였는데 그때 내촌창고에서의 두 번째 전시였던 <이진경 앞산>전을 보았다.
‘내촌창고 전시 프로젝트’라 명명된 세 번의 전시 중 처음의 것은 이런저런 연유로 사진을 통해서만 그 광활한 장면을 볼 수 있었지만, 두 번째 전시의 정겨운 풍경은 다행히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세 번째 전시인 <대다 Touch>전. 고맙게도 <메종>을 통해서만 내촌창고의 전시 프로젝트를 선보이겠다는 목수 이정섭의 약속대로 이번을 끝으로 세 번의 전시에 대해, 그리고 그 이후에 대해 말하려 한다.

처음,‘문화라는 몸짓으로’ 다가선 내촌창고
시작은 2002년 봄, 이정섭이 내촌에 들어왔을 때부터다. 그가 보기에 이 마을은 우리나라 근대 1940~50년대에 완성된 주거 형태와 거리 자체가 잘 보존되어 있었다. 좋아 보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하나 둘씩 건물들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안타까웠다. 급속하게 진행되는 개발이라는 손길에 마음이 다급해졌다. 보존해야 되겠다 싶었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마을 풍경과 문화적인 콘텐츠를 잘 결합하면 굉장히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김민식 대표와 ‘아트 플레이스 내촌창고’ 회사를 만 들었다. 곧바로 매물로 나온 오래된 건물들을 하나, 둘 매입하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 건물이 바로 내촌창고다.


5 크리스토퍼 존스의 동영상을 관람하고 있는 아이.
6 내촌창고 개관기념전이 열린 창고 입구 풍경.
7 제 2 아트 플레이스 내촌창고 입구. 이곳에선 연계된 전시가 열린다.

2007년 6월 17일, 첫 번째 전시가 열린 내촌창고는 이 마을의 농협에서 1970년대 초에 지은 감자창고였다. 32년 전 농협 조합장으로 이 건물을 지은 장본인인 박경주옹은 내촌창고의 개관기념전인 <문화라는 몸짓으로> 전시의 개막 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때는 여기 모였던 분이 전부 농민입니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보릿고갭니다. 이때쯤 되면 민초들은 양식이 떨어집니다. 해서 그 당시 우리 어머니, 아버지들은 아침저녁으로 감자 포기를 뒤져보고 보리이삭을 비벼보면서 보릿고개를 힘들게 넘던 그런 시기입니다. 그때 이 창고가 지어졌죠. 30년 뒤인 오늘 이 자리에 예술을 하는 분들이 모이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예술을 모릅니다. 다만 육신의 양식이 곡식이라면 우리 영혼의 양식은 예술이 한 부분을 차지하고 만들어내는 게 아니야, 그렇게 이해합니다. 상대적으로 30년 뒤인 지금 우리 영혼의 양식은 육신의 양식 모양으로 충족됐느냐.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이 자리에서 영혼의 양식을 만들어내는 역사적인 일을 시작하려는 그 소망이 막힘 없이 이루어지기를 이 동네에 계시는 분들과 같이 바라겠습니다.”
예술을 모른다고 자처하는, 나이 아흔을 넘긴 농부 할아버지의 어눌한 듯한 축사는 내촌창고의 향방을 정확히 짚어주었다. 속 깊은 축사로 시작된 전시. 사실 낡은 창고의 지붕을 대대적으로 수리하기 전, 본래의 모습을 기록에 남기자는 취지로 갑작스럽게 마련된 전시였지만, 일주일 새에 창고에 모여든 작품의 내용은 부족함이 없었다. 조각가 김창세와 김태호, 미술가 서용선과 오원배, 목조 작업 퍼포먼스를 진행한 장수홍과 동영상물을 준비한 영국의 크리스토퍼 존스까지. 그들의 조용한 아우라는 내촌창고의 행로에 큰 기대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상징적으로 행한 ‘창고 지붕 허물기’ 행사에 이어 도조 작업을 중심으로 해온 장수홍의 목조 작업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그의 멘트는 간단했다.
“속을 한번 팔게요. 아끼던 나무인데 실은 저 속을 파서 못 쓰게 만드는 거죠. 좋은 일에는 약간의 이런 액땜이 필요한 거죠. 그런 의미로 받아주면 됩니다.”


8 <문화라는 몸짓으로> 전에 걸린 오원배 작 ‘무제’. 2003
9 내촌창고 벽면에 띄엄띄엄 걸린 이진경의 작품들. ‘쌈지-이진경체’의 글씨와 서정 추상의 붉은 산 연작 등이 보인다. 이진경의 타이포그래피는 마치 30년 전에 본 듯한 장식적인 간판 글씨와 3백년 전쯤일 듯한 단정한 궁체의 흔적이 따뜻하다.
10 감자창고로 사용하던 농협 건물 앞에 놓인 전시 포스터. 내촌의 첩첩산중을 그린 최근 작 ‘첩첩산’이 그 이미지다.

두 번째, 내촌 주민 <이진경 앞산> 전
내촌마을 어귀에서 내촌철물점과 맞닥뜨렸다. 그런데 그 모양새가 예사롭지 않다. 예술가의 냄새가 난다. 노출 콘크리트의 외관에 또박또박 새겨진 ‘내촌철물점’. 작가 이진경의 서체다. 내촌에는 목수 이정섭도 있지만 작가 이진경이 있어 문화적인 행보가 더 빨라진다. 가속이 붙는다. 내촌창고에서 두 번째로 열린 <이진경 앞산>전도 그 과정 중 하나였다.

‘산은 산에 사는 사람의 삶을 담고 산사람은 산을 닮는다.
온 산이 불타오르는 가을을 지나 흰 머리를 이는 겨울이 오고
봄의 새로움은 어김없이 여름의 푸른 생명으로 산은 자신을 쉼 없이 바꾸어 간다.
자연의 운행을 살펴 약동하는 삶의 환희가 절로 고동치고 있다.
산과 산사람이 서로를 노래하며 춤춘다.
구르는 산의 무심한 일력이 있는 그대로의 산중일기와 겹쳐진다.’
이진경의 평론 중에서



11 세 번째 전시 <대다 Touch>전의 풍경. 왼쪽부터 독일 작가 올레 슈와츠, 오원배, 배석빈, 허윤희, 서용선 작가의 작품이 보인다.
12 이번 전시의 중요한 기획자인 서용선 작가의 작품. 그는 태백에서 탄광촌과 광부를 주제로 한 대지미술을 선보이고 있다.
13 전시의 시작과 서명자의 패션쇼를 관람하기 위해 모인 관람객들. 정면에 보이는 작품은 오원배의 ‘무제’.

세 번째, <대다 Touch> 전
2008년 5월 24일. 세 번째 전시는 가족들과 갔다. 나들이 겸 취재 겸 편안한 마음으로 내촌으로 향했다. 홍천에 거의 다다라서는 숲이 울창한 냇가에 들러 잠시 송사리도 잡았다. 순간 격식을 차려야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서울의 화랑가가 떠올랐다. 그리고 ‘문화의 공유’에 대해 생각했다. 내촌창고 김민식 대표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역에 문화가 생기는 것에 대한 동의와 동네 사람들의 변화에 대한 믿음이 깔려 있다”고.
전시가 시작되기 전 창고 앞은 분주했다. 넓은 평상이 깔려 있었고 동네 마을 회관에서 빌려온 듯한 테이블과 플라스틱 의자가 놓여 있었다. 서울에서 온 듯한 예술가와 동네 주민들 사이에서 김기덕 영화 감독도 보였다. 그도 내촌 사람이 됐다고 한다.
느릿느릿 전시가 시작되고 패션 디자이너 서명자의 <옷·패션전>이 열렸다. 시골 창고에서 열리는 화려하고도 이색적인 ‘캣워크’를 기대한 에디터에겐 조금은 실망이었다. 음악도 없이 무대도 없이 전시에 참여한 작가와 예술가, 일반인들이 모델이 되어 옷에 대한 느낌을 어색하게 발표하는 식으로 이어갔으니. 하지만 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사람 냄새가 났다. 어색하게 걸어 보이는 워킹에서 빙그레 웃음도 나왔다. 이것이 내촌창고의 전시구나 싶었다.
전시가 끝나고 바비큐 파티가 벌어졌고 아까 그 테이블 위에는 김밥과 쑥떡, 김치, 수박 등이 일회용 접시 위에 푸짐하게 담겨 있었다. 얼른 몇 개 집어 먹고 서울로 올라오는 길. 패션쇼에 참가한 사람들이 떠올라 또 웃음이 났다. 그리고 고집스럽게 이어나가는 내촌창고의 프로젝트가 점점 자신의 색깔을 뿜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누구도 참여할 수 있고 모두가 참여하길 원하는 문화 프로젝트. 화랑가의 VIP 고객이 아닌, 내촌 문화를 향유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환대하는 소박하지만 원대한 포부를 지닌 프로젝트다.
오는 10월에는 태백, 홍천, 서울에서 ‘트라이앵글 프로젝트’가 동시에 열린다고 한다. 태백 철암에서는 서용선을 중심으로 할아텍의 ‘철암 그리기’ 프로젝트가 전시 일환으로 개최될 예정이고, 서울 상명여대에서는 자료전이, 내촌창고에서는 나무와 관련된 전시가 마련된다. 조금씩 그 범위를 넓혀가는 내촌창고의 프로젝트에 동조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선선한 10월에는 좀더 여유롭게 태백에 다녀오고 싶다. 서용선 교수의 작품과 한번도 보지 못한 탄광촌을 들러보고 싶다.

에디터 강정원 rhkdvk 포토그래퍼 이종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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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하기] 2008-10-04 16:2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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