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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후기.
철암그리기 후기를 쓰려고 마음먹은지 벌써 열흘이 되어갑니다.
그동안 많이 바빴어서 오늘에야 조금 시간이 남네요.
이번 철암그리기 후기는 그림그리기 보다는 앞으로 계획하는 들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여행이 되었습니다.
열흘이 지난 관계로 제 머리저장고가 오래 버텨주질 못해서 간략하게 정리하겠습니다.
2008년 2월 16일
밤새 잠도 안자고 과음과 개인적인 충격으로 인해 홍대입구 청기와주유소앞에서 통곡하고 있는 나를 정일영 선생님이 발견. 곧바로 차에 태워 강원도로 향합니다. 저는 술이 안취했고 사건에 관한 끝모를 슬픔이 저를 울게 한다고 말했지만, 지금 와 생각해보니 어느정도 술의 원인도 있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과거의 그녀는 내겐 아킬레스건과도 같아서 늘 그녀에 관한 사건이 발생하면 난 혼돈상태가 되기 때문인데 9년이 되어가는 이젠, 좀 벗어나도 될것 같은데 쉽지 않습니다. 정선생님은 이른 아침 7시 30분부터 강원도 가는 내내 술냄새를 맡아야 하는 괴로움을 당하며 송파구에서 김경미 선생님을 태우고 양수리 서종면 주차장에서 서용선선생님의 차를 옮겨 타고 가는 도중 휴게소에 들러 (자고 있는 나를 내버려두고 ) 가락국수를 먹고 다시 강원도로 향했습니다.
12시가 넘어가면서 간간히 내 현재의 위치가 의식속에 들어나고 차안에서의 선생님들의 대화가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영월에서 태백가는 고속도로가 훤해진 것과 아직 겨울의 옷을 벗지 못한 하얀 눈을 덮은 산등성이들이며 그 근처 어딨즈음에 마고할미 단이 있을것인데 도로확장공사를 하면서 그 마고할미단을 찾기 어렵게 되었고 마고할미단이 있는 마을에는 실제로 마고할미신을 받은 무당이 있다는 얘기가 내 귀를 자극시켰습니다. 고개를 들고 창밖을 보며 그 지역을 익히려 하였는데 워낙에 가구가 별로 없는 산지역이라 다음에 찾을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습니다. 올해가 가기전에 그곳을 찾아야 겠다는 결심을 하며 내림굿을 받아 결국은 그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죽음을 선택한 그녀가 다시 떠오릅니다.
:: 태백석탄박물관
서선생님이 운전하는 차는 태백석탄박물관에 일차로 도착하여 이강우 선생님의 전시를 보시고 난후 태백석탄박물관장을 만나 이러저러한 대화를 나누었고 가을즈음에 프로젝트를 하나 구상 하고 있으며 그것이 석탄박물관과의 연계성을 모색하였고 문화원장으로 계셨던 김강산씨의 근황에 대해 듣고 이번에 불거진 사건의 발단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 전시공간 할
이야기를 나눈 후 일행은 이번에 전시하게 될 김경미, 진예 미디어 2인전 설치준비를 하기 위해 구와우로 향했습니다. 전시는 구와우 전시공간 할에서 진행하였으며 설치는 입구 맞은편 좌,우로 나뉘어져 움푹 들어간 공간에서 빔프로젝트를 설치하여 김경미 선생님은 인터랙티브 아트를 저는 싱글채널인 퍼포먼스영상을 전시하였습니다. 설치 중 구와우에 인터넷이 안되는 바람에 김경미 선생님과 정일영선생님이 시내로 나가서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와서 전시설치를 마쳤으며 서선생님이 와인을 사오라고 하셔서 정선생님이 마주앙 와인 두병을 사갖고 오셔서 오프닝을 마쳤습니다. 서선생님은 제가 오프닝은 오늘인데 어제 미리 오프닝 과음을 하였다며 놀리셨습니다.
전시공간 할에 허윤희 선생님과 제자 두 분이 함께 도착하였고 이번 전시 바로후 구와우에서 단체전을 전시할 계획을 세우고 계셨습니다. 이강우 선생님도 오셨고 구와우 하늘원장님이 전시설치를 도와주셔서 잘 마무리하였습니다.
:: 태백시장 순대집
저녁 6시가 넘어가고 일행은 서선생님과 류태호 씨의 약속으로 태백시장근처의 순대집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였으며 그곳에서 류태호씨를 만나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당초 전화통화에서 서선생님이 아무래도 올해의 계획은 어려울것 같다라는 언급을 하였기때문에 류태호씨가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왔으나, 다행히 도와준다는 몇 분과 함께 어렵지만 꾸려나갈 수 있으리라는 서선생님의 계획으로 류태호씨도 안도의 마음으로 즐겁게 식사를 하시고 가신듯 합니다. 이번에 함께 한 허윤희 선생님도 이번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할 뜻을 전하였고 그 대학원학생들도 동참할 뜻을 밝혀서 한해 교육프로그램을 꾸려나갈 수 있게 되어 제 개인적으로도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교육인원과 범위를 현재의 저학년, 고학년에서 고학년으로만 한정하여 알차게 교육을 하자는 류태호씨의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하였습니다.
류태호씨가 작년 년말에 식사를 대접하겠다는 약속으로 이번에 식사를 사주셔서 잘 먹고 저녁시간에 걷은 회비를 모아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간단히 맥주와 감과 고구마와 감자칩을 사서 수목원으로 이동하였습니다.
:: 수목원
수목원에는 구와우 김남표대표가 도착하여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들어와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김남표대표는 이번의 예산통과가 어렵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꺼내었고 다시 좀 더 고생을 해야 한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이야기는 무르익고 저는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 어제 못잔 잠을 실컷 자보리라 결심하다가 결국 이것 저것 정리로 12시가 넘어 다른 분들과 함께 도란거리다가 잠으로 빠져듭니다.
눈을 뜨니 아침 8시 반정도라고 어느 분이 얘기를 해 주셨습니다. 제 머리맡에는 벌써부터 허윤희 선생님의 요가가 시작되었습니다. 대학원생들은 선생님의 동작을 보며 좋아하는 남자가 생기면 꼭 운동을 해보이라고 조언을 해줍니다. 선생님의 유연한 동작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순간입니다. ^^ 다시 탄력이 없는 내 육체의 방관이 죄스럽게 느껴지면서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 골뱅이해장국
오전 9시가 넘어 남자분들방에 기척이 없어 가보니 서선생님과 다른 분들은 이미 밖으로 산책을 나가신듯 하고 이강우 선생님과 정선생님만 보였습니다. 9시 50분경 모여 차로 함태광업소 근처의 골뱅이해장국집으로 이동하였습니다. 갈치조림을 보고 좋아라하는 부산이 고향인 김경미 선생님께 서선생님은 갈치조림을 밀어주십니다. 지금껏 먹어본 태백음식 중 손으로 꼽는 골뱅이 해장국집의 맛깔스런 음식들로 배를 채운뒤 식사를 든든히 하고 오셨다는 하늘원장님은 식사도 안하시고 아침식사값을 계산하셨습니다. 원장님 잘 먹었습니다.
:: 함태광업소
식사를 마치고 근처 함태광업소 자리에 새롭게 들어선 태백체험시설교육장에 들러보기로 하였습니다. 전에도 그곳에 관해 정선생님께 얘기를 들은적이 있어서 자못 궁금했던 터라 기대가 되었습니다. 도착한 건물은 지은지 얼마되지 않은 새 건물이었으며
건물규모도 제법 컸고 시청각실이며 교육시설들이 훌륭하게 각 방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과연 그 건물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지 걱정이 들었습니다. 지하의 체험공간을 둘러보기전에 그곳 계장님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안내를 받아 지하로 내려가 보았습니다. 미로처럼 여러 개의 동굴들이 연결되어 있으며 그 중심에 인부들이 이동하는 지하 에레베이터가 있었고 그 둘레로 700미터수심이 된다는 지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 이곳에서 광부들이 선탄을 하였고 녹슨 거대한 에레베이터가 산업사회의 몰락을 극명하게 말해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홍천으로
밖으로 나와 주변을 둘러본 뒤 홍천으로 이동하기 전에 이강우 선생님은 구와우로 돌아오는 길에 태백버스터미널에서 잠깐 내려 서울로 가는 표를 예매하고 선생님이 좋아하는 곶감 두 봉지를 들고 함께 구와우로 들어갔습니다. 곶감은 딱딱하지도 물르지도 않은 맛이 있어 그게 없으면 아쉽다는 이강우선생님의 말이 이해가 갑니다. 구와우에 들러 노트북과 김경미선생님의 프로젝터를 챙겨 싣고 다시 홍천으로 출발합니다.
이동하는 차량이 서선생님 차 한대 밖에 없어 허윤희 선생과 대학원 생들은 버스로 원주에서 홍천으로 이동하기로 하였으며 서선생님의 차에는 정선생님과 김경미선생님과 진예가 함께 서선생님의 운전으로 이동하였습니다. 힘드실 법도 한데 오늘은 서선생님이 줄곧 운전을 맡아서 하셨습니다. 태백에서 홍천으로 이동하는 시간도 3시간을 넘는듯 햇습니다.
가는 도중 청계천의 루미나리에가 지방소도시들의 싸구려 레이스 천같은 네온사인을 조장하며 그 쓰레기같은 네온사인들에 왜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지에 대해 안타깝다는 이야기들이 오고 갔습니다. 목포그리기로 목포시내에서 본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아치를 이어 얼마전에 황지연못에도 드디어 짝퉁 루미나리에 네온사인이 서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 내촌목공소
홍천으로 들어와 내촌 목공소에 이르자 벌써 해가 질 듯한 5시 가량이 되어있었습니다. 말로 듣던 내촌 목공소는 굉장히 깊은산골에 자리하고 있어서 봄은 늦게 올 듯했습니다. 내촌 목공소에 도착하자마자, 정선생님은 바로 허윤희 선생과 제자분들을 데리러 다시 홍천 시내로 출발하였고 나와 김경미 선생은 서선생님과 이정섭목수의 안내를 받아 그의 집으로 들어가보니 창이 넓은 독특한 한옥을 지어 살고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마침 이정섭 목수의 지인들이 와 있었으며 우리는 거실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며 차와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었으며 서선생님은 이정섭목수에서 이번 가을에 하게 될 트라이앵글 프로젝트에 관한 사업계획서를 보여주었고 내촌창고에서의 전시계획을 논의하였습니다. 뒤늦게 돌아온 정선생님과 허윤희일행과 함께 모처럼 잠깐의 여유를 느끼며 저녁 겸 해서 라면을 끓여먹고 서울로 가는 막차버스시간이 저녁 6시 50분이라는 이정섭목수의 이야기로 다시 부랴부랴 서선생님의 참에 다함께 몸을 싣고 내촌시내로 내려오는 중 길목에서 이지경씨를 만나 잠깐 인사를 나누고 정류장에서 홍천으로 향하는 버스에 허윤희선생님과 대학원생들을 내려주고 서울로 출발하였습니다. 허윤희 선생은 내촌전시장을 둘러본 요량이었는듯 한데 결국은 밖에서 잠깐 보는것으로 만족하고 돌아가야 했습니다. 허윤희 선생님 몸살은 안나셨을런지요 고생많으셨습니다.
:: 양수리에서 다시 집으로
양수리에 도착하니 시간은 8시가 넘었고 출출한 저는 일행들에게 저녁식사를 하고 가자고 제안하여 오데뜨에서 감자전과 순두부를 시켜 먹으며 서선생님 정선생님 김경미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눈 후 다시 서울로 향합니다.
이번 여행은 분주히 바쁜 이틀을 보냈습니다.
논의하고 계획한 일들이 좋은 성과로 돌아올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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