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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20일
- 오전 7시 30분
오전 7시 30분차를 타고 태백행 버스에 오르다. 이번 달 들어서 거의 열흘에 한번꼴로 향하는 철암행은 그렇게 가을 단풍이 들듯 내게도 익숙한 철암의 색이 조금씩 입혀진다. 그 색은 어떤 색일까.. 지난 추석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버스에 올라있다. 금요일에 비가 많이 온 후로 주말부터 기온이 뚝 떨어진다는 기상예보를 듣고 두둑히 옷을 준비하고 따뜻한 베지밀을 마시고 커튼을 치고 의자를 눕히다.
영월 버스터미널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리다. 태백교육공동체의 류태호씨와 통화를 하고 1시 30분에 태백역앞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한다. 영월을 지나 태백에 도착했을 즈음에 한 남자가 태백 초입에서 운전사와 실랑이를 벌인다. 자신이 가야할 목적지가 이 즈음이니 버스를 세워 달라는 것이다. 시외버스라 한들 조금 아량을 베풀면 그깟 세워주지 못할 것이 무엇이냐며 큰 소리를 내며 당장 세워달라고 한다. 운전사도 지지 않고 규칙이 있기 때문에 절대 내려줄수가 없다며 만약 사고발생시에 누가 책임을 지겠냐는것이며 그 남자는 자신이 책임을 지겠으니 걱정말라고 하며 운전사는 결코 세워줄수 없다는 방침을 고수하며 큰소리가 오가는 동안 버스는 유유히 태백고속버스터미널로 향하고 있었다. 30여분을 지나 태백버스터미널역에 도착하였을때 해는 여전히 따사롭고 사람들의 얼굴은 빛이 난다. 승객보다 먼저 버스에서 내린 운전사는 문앞에 서서 승객들을 배웅하며 아까의 그 남자와 대화를 나눈다. 중요한건 원칙이라는 것이냐며 아직도 그 대화는 진행중인듯 했다.
태백역에 도착하니 11시 50분여. 남은 시간은 식사를 하기위해 근처 우동집에 들어가 회덮밥을 주문하고 오늘 문화 예술교육을 담당해줄 차인국과 1시 30분까지 태백역에서 만나기로 통화함. 식당에 들어가 앉아 있는동안 바람이 심하게 불어 문이 자꾸 열려진다. 가게 여종업원은 열려진 문을 닫느라 분주하다.
- 오후 1시 30분.
태백역까지 차인국을 데려다 준 정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헤어지고 차인국과 태백역 대합실에 앉아있는동안 류태호씨가 와서 함께 문곡청소년 수련관으로 향하다. 가는 동안 류태호씨는 자신의 핸폰을 바꾸는 동안 전화가 오늘 잠깐 멈췄다고 한다. 나는 태백의 물들어가는 단풍이 예쁘다는 말을 하고 요즘들어 태백에 너무 자주와서 태백주민이 되어야 할것 같다고 말하자 태백은 공기좋고 여름에는 시원해서 살기 좋다고 한다. 또한 대화도중 장성쪽은 탄광이 있지만 역이 없어서 그곳의 석탄들은 철암으로 다 옮기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장성쪽은 자연이 깨끗하고 관리자들이 모여사는 곳이라고 한다. 철암 벽화 작업이 현재 진행중에 있다고 들었다며 조만간 찾아가서 볼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며 장성과 황지사이의 문곡동으로 들어간다.
- 문곡 청소년 수련관
이번 문화예술교육을 하게 될 문곡 청소년 수련관은 예전에 태백에 사람이 많았을때에는 어린이 집이였다고 한다. 그런데 현재는 태백시에서 매입을 했으며 청소년문화시설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현재 태백에 청소년 문화시설공간이 얼마나 되느냐란 말에 그렇게 많지 않으며 그것도 압력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태백시에서 구색맞추기로 하는것이지 않겠느냐고 한다.
차는 이읔고 문곡동으로 들어가고 작은 운동장으로 들어설 즈음 아담한 건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 눈에 보아도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정도로 너무 작지도 크지도 않은 공간이 정겹다. 입구에 들어서자 오른편에는 스무개의 의자가 놓여진 강당이 보였고 프로젝터가 설치되어 있는 작은 무대가 보이고 각 종 국악기들이 구석에 놓여있었고 입구 왼편에는 열대가 넘어보이는 컴퓨터가 벽을 둘러 설치 되어있었고 가운데 홀에는 둥그런 책상과 의자가 놓여있어서 아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입구 정면에는 관리자가 그곳에 앉아 영화를 볼수 있는 비디오를 대여해주기도 하는 듯 뒷편으로 영화비디오와 시디케이스가 즐비하게 놓여있었다.
오른편 강당 뒷편으로는 마룻바닥과 전면거울이 있는 무용실이 있고 그 한켠에는 노래방기기가 설치되어있어 멀티미디어적인 요소를 고루 다 갖추고 있었다. 작은 공간에 이렇게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는 곳이 많지 않은데 이곳은 너른 운동장까지 갖추고 있으니 잘 사용하면 훌륭한 공간이 될수있을것 같아 기분이 괜히 좋아진다. 그런데 실제로 태백문화원에 계신 분에 의하면 공간은 있는데 프로그램이 없다고 한다. 현재 있는 프로그램은 국악연습을 하시는 분들이 전부이고 이 공간을 이용하는 청소년들은 그저 들어와서 인터넷을 하고 무용실에서 노래방을 이용해 노래를 부르거나 동네아이들 몇이 찾아와 영화를 대여해서 강당에서 보는게 전부라고 하며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용하고 싶어도 인력이 없어서 활용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류태호씨와 태백문화원직원분, 학부모님들과 대화를 나누고 오후 2시 30분가량이 되어 이번 문화예술교육인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영화세상' 이란 주제로 강사 차인국과 스무명 남짓한 아이들의 수업이 진행되었다.
수업내용은 영화의 기초와 영화제작 실습이었으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간단한 영화이론를 설명하였고 아이들을 남녀로 나누어 팀을 만들어서 영화를 만들 간단한 줄거리를 만들게 하고 정리하여 발표하도록 했으며 그 발표를 토대로 영화를 어떻게 찍을것인지 인지하게 한후, 각각의 팀원들에게 감독과 촬영감독을 자발적으로 하게 하고 감독에게 배우들을 캐스팅하게 하고 아이들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팀원들간의 협동으로 이야기를 발전시키고 촬영하고 연기하도록 지도하였다. 처음에 영화이론에서는 아이들은 재미없다고 하거나 지루하다며 만화나 영화를 보여달라거나 관심없어하는 자세였으나, 제작에 들어가면서 이야기를 상상하여 구성하고 의견을 모으는 과정에서 적극적인 자세가 되었으며 즐거워하며 영화제작에 대한 흥미를 갖고 자신의 적성에 맞는 역할을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그것은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활동을 선택해서 적극적인 자세를 갖는 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오후 5시가 되어 영화제작실습이 끝나고 아이들이 만든 영상을 프로젝터를 통해 직접 보여주고 차인국은 편집툴을 이용해 편집하는 방법을 보여주고 어떻게 영화로 만들어지는가를 보여주고 영화수업을 마무리했다.
문화예술교육이 끝나고 간간히 얼굴이 익숙해지는 아이들과 나를 알아보고 이름을 불러주는 아이들을 보며 반가움이 인다. 그 아이들이 조금씩 키가 커지고 사고의 폭이 넓어지는 변화를 볼때 행복해지리라. 교육의 가치는 아이들의 고유의 잠재성의 에너지를 스스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것은 비단 슈타이너의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다양한 문화와 경험을 접하게 해주어 적어도 사회적인 구조속에서 어쩔수 없이 겪어야 하는 문화적 소외의 격차를 줄여주고 자신감을 갖게 해주는 보람이 이번 몇번의 미디어교육을 하면서 마음들이 뭉글뭉글 생기며 상혁이 어머님의 차에 몸을 싣고 소도문곡동에서 철암으로 구부러진 길을 지나며 붉어지는 단풍을 보다.
- 오후 6시에 접어들고
식사를 시켰다는 이태량선생님의 연락을 받고 차인국과 철암역에 도착하자 아직도 철암벽화작업은 진행중이었다. 오늘은 정일영선생님과 이은정씨가 매서운 바람앞에 서서 타일 작업을 계속 하고 있었고 이태량선생님은 회색모자를 푹 눌러쓰고 이제는 초록의 벽 앞에서 붓으로 계속 그림을 그리고 계셨다. 벽화작업은 밤이 되기 전까지 작업을 마쳐야 한다. 빛이 없기 때문이다. 조명이 있어도 그것은 자연광만할까. 해는 그래서 참 소중하다. 해가 지고 어둑해질즈음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불어 은정씨는 얼굴이 발개져 있었고 정선생님도 오늘은 참 추웠다고 하신다. 해는 드는데 바람은 몹시 차서 하루종일 벽을 보며 높은 철조물에 올라가서 작업을 하니 찬바람에 몸이 긴장하여 굳어질대로 굳어졌으리라. 신토불이에서 식사를 하며 얼굴이 붉어지고 열이 나는 은정씨가 감기에 걸릴까 걱정이 된다. 하루종일 작업으로 지쳐서 갈치조림을 놓고 입맛이 없어 하며 대충 저녁을 해결하고 있을즈음 유광운 사장님이 오셔서 식사를 하고 일어나 은정씨를 장미아파트에 내려주고 정일영, 이태량, 유광운, 진예, 차인국과 다큐제작을 하는 김영조씨와 함께 태백산 민박촌으로 향하다.
- 오후 8시
민박촌에 도착하여 두 개로 잡았던 민박집 하나를 해약하고 복층 하나에 들어가 짐을 풀고 일층에 모여 맥주두병과 과자를 놓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다큐제작을 하는 김영조씨는 태백의 탄광지역을 중심으로 부산국제영화제의 지원을 받아 다큐를 제작하기 위해 이곳 태백지역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얼마전 진폐증환자들의 대규모시위를 촬영하고 왔으며 진폐증환자의 유전적 대물림에도 관심이 있고 그것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연결선상에서 바라보아지며 현재의 철암벽화작업과 할아텍의 그림작업을 보았고 그것이 자신의 작업에 대한 개념의 틀과의 연계성이 있었다고 하며 현 정부가 끝나갈 무렵이라 진폐증환자들의 시위가 조금 더 거세어질 것이다라고 한다. 현재의 지원제작은 내년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지원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상영될 것이라고 하며 앞으로 몇 개월간 철암지역에 거주하며 촬영을 할 것이이라며 현재 스텝진들이 구성이 안돼 걱정이라고 한다. 정선생님은 탄광지역이라는 특수성이 어찌보면
너무 쉬운 주제가 될수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너무 쉽게 다가가고 이벤트성으로 쉽게 가버리는 경우가 있으니 조금더 깊이 생각해보고 접근성에 있어서 고민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김영조씨는 그런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사회적으로 탄광지역에 관한 더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말한다. 두 분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간간히 티비에서 방영되는 다큐인 티벳에 관한 영상이었을까. 인도북부의 티벳과 인근에 사는 사람들이 차를 만들어 먹는 방식에서부터 그들의 삶의 현장들이 보여진다. (그것은 '차마고도'라는 다큐로 중국윈난성에서 티벳과 인도까지 차를 둘러싼 역사의 변화와 삶의 행로를 따라간다.) 감독은 왜 그들의 차달여먹는 생활을 촬영하여 기록물로 방영하였을까. 그들의 삶에서의 낯선 티벳인들의 삶은 무얼까. 작년에 가려고 준비하다 미뤄두고온 안나푸르나의 산행이 자꾸 맘에 걸린다. 몇 잔을 마시다가 일찍 자리에 일어나 윗층으로 올라가 목포이야기 프린트물을 보다. 목포는 옛 일본영사관을 중심으로 일제시대에는 그곳은 일본인들만이 거주하던 곳으로 한국인들이 함부로 그 지역을 들어갈 수 없었다고 한다. 한국인의 땅이지만 한국인은 들어갈 수 없는 곳. 일본인들만이 거주하며 약탈을 합법화하며 자신의 배를 채우며 귀족 행세를 했겠지만 현재 남아있는 목포문화원의 뒷편의 일본인들이 도피를 위해 만들어놓은 방공호의 미로같은 동굴들속에서 웅크리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현재 남아있는 그 방공호를 보며 문화재의 차원이 아니라고 여긴 사람들이 그곳에 설치해둔 조명을 모두 깨뜨렸을까. 아직도 유달산밑의 구불거리는 방공호같은 미로속의 작은 집들의 70세이상의 어르신들은 그때를 기억하겠지. 그때와 얼마나 다른가.
차인국과 잠깐 얘기를 나누고 그가 만든 영화와 시나리오를 보며 그가 영화를 통해 인간의 역사와 개인과의 갈등은 용서로 회복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전에 한말이 생각이 났다.
나는 개개인의 컴플렉스는 어떤 방식으로 표출되는가를 이야기하다. 수치심을 가지고있는 사람이 자신의 수치심을 감추기 위해 이타성과 헌신성을 키우려고 하고 갈등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때로는 원칙주의자가 되기도 하고 공포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공포를 피하기 위해 과도한 쾌활성과 초연함을 연출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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